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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학을 공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고전 서적을 통해 접근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학문으로서 명리학이 지니는 특징 중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며 축적된 지식과 해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명리학 고전으로 손꼽히는 《연해자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명리학 고전, 연해자평 소개
이 책은 중국 남송 시대에 서대승(徐大升)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서자평(徐子平)이 정리한 명리학을 계승하기 위해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던 사주명리 이론을 집대성했다고 하는데요. 서자평이 쓴 《연해(淵海)》에 후대의 학자들이 주석을 붙인 《연원(淵源)》을 합쳐서 정리했습니다. 두 책에서 중복되는 부분을 삭제하고, 오류를 바로잡고, 간결하게 다시 썼다고 합니다. 특히 서자평이 제안한 일간(日干) 중심의 사주명리 이론 체계를 완성한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연해자평》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서대승의 저술이 아니라는 설도 있습니다. 이미 몇 백 년을 이어오며 여러 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연구해오던 명리학을 한데 정리한 만큼, 직접 서술한 부분보다 엮어서 편집한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일듯합니다. 어쨌든 이 책은 서자평의 사주명리 이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것은 물론, 실제 예시와 자평 명리 이론을 함께 정리한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연해자평》은 자평 명리학 이론을 널리 퍼뜨리는데 기여했습니다.
연해자평의 구성
서대승이 집대성한 《연해자평》은 5권 2책(권1~2 제1책, 권3~5 제2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사주를 새롭게 해석하기 위한 자평 명리에 관한 내용은 개론, 문집, 시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구로 쓰인 부분도 많고 비유적 표현이 있어, 현대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알쏭달쏭한 부분도 있습니다. 각권의 구성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권에서는 73개의 항목을 다루며 사주 명리학의 기본적이고 개괄적인 내용을 다뤘습니다. 2권은 67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십신(十神)과 격국(格局)을 다룹니다. 3권은 총 40개 항목을 포함하며, 오행의 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즉, 육친(六親)과 여명(女命), 소아(小兒), 성정(性情), 질병에 대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4권은 27개 항목으로, 명리학의 심오한 이치를 시결(詩訣)을 통해 풀이했습니다. 5권은 66개 항목으로 되어 있으며, 십신, 격국, 십이운성(十二運星)에 대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연해자평 편찬 이후의 역사
중국에 명나라가 들어선 17세기 중반의 기록에 따르면, 여전히 연해자평이 꾸준히 활용되고 재발간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는 1634년 당금지가 서대승의 저술 《연해》에 《연원》을 덧붙여 책을 발간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명나라 시대에 쓰인 여러 역사책에는 《연해자평대전(淵海子平大全)》 이라는 책이 등장하는데, 바로 이 책이 《연해자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반도에서도 고려 후기부터 명리학이 연구되고 활용되었는데요. 서민들의 일상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1466년에 편찬된 《경국대전》 등 나라를 운영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책에도 그 근간에 명리학의 기본도서였던 《연해》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이후 영조 치세기인 1732년에는 관상감 관원 이세징(李世澄)이 청나라에서 《연해자평》을 구입해왔다는 기록이 영조실록에 남아있습니다. 앞서 한국 명리학의 역사를 다룬 글에서 조선시대 관상감이 고려시대 서운관을 이어 천문학, 명리학 등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관상감 관원들에게 명리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해자평은 필수 서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처럼 《연해자평》은 명리학의 고전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명리학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책입니다. 사주팔자 풀이에 도움을 주는 주요 내용은 추후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